랑야방 흑합작(http://ninrvana-in-dark.tistory.com/1)에 냈던 비류몽지 단편입니다. 약간의 고어 묘사 주의. 0. “몽 형아, 여기!” 해맑은 얼굴을 한 채 비류가 몽지에게 내민 것은 으스러진 까마귀 한 마리였다. 까맣게 흩어진 검은 깃털이나 부리가 아니었더라면 그것이 새인지조차 파악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아직도 온기가 남아있었...
1. 브루스 배너의 품에서는 오래된 먼지 냄새 같은 것이 났다. 어린 스티브 로저스가 살던 낡은 나무집의 다락방에서 맡았던 냄새와 비슷했다. 작은 창문이 나있었지만 산처럼 쌓인 잡동사니들에 가려 빛이 몇 줄기 들어오지 않는 토굴 같은 다락방이었다. 다락방에는 아버지의 유품이라던 온갖 골동품들이 먼지를 덥수룩하게 뒤집어 쓴 채로 방치되어 있었다. 작고 노란 ...
콜슨 요원은 오늘따라 기분이 유난히 좋아보였다. 그의 오랜 동료인 시트웰 요원이 보기에는 그랬다. 그의 얼굴은 언제나와 같이 점잖고 사람 좋은 인상이었지만 평소보다는 0.001미리 가량 입 꼬리가 더 올라가있었고 말쑥하게 차려입은 검은 정장은 평소보다 조금 더 깔끔했다. 어디까지나 시트웰 요원이 보기에는 그랬다는 소리다. 그는 심지어 콜슨 요원의 구두가 평...
토니 스타크는 심통이 났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제 옆자리를 지키고 있어야할 남자 하나가 사라져있었다. 이불까지 깔끔하게 정리해서 제 위로 덮어주는 배려는 잊지 않은 채로. 그의 몫으로 준비해놓았던 아이언맨 캐릭터가 그려진 실크조직의 잠옷 역시 곱게 개어서 그 옆의 의자에 가지런히 올려놓고 갔다. 다분히 브루스 배너다운 행동이었다. 토니가 잠에서 깰까 싶어서...
셀 수 없는 밤이 지났다. 에릭과 찰스가 그날 쿠바의 어느 섬에서 등을 돌리게 된 후 접하게 된 첫 여름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두 사람이 같은 곳에서 같은 계절을 맞이하게 된 그 장소를 에릭이 부러 피했기 때문에 확실한 날을 헤아리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에릭은 그와 그의 ‘동료’들의 은신처를 자비에의 성에서 최대한 먼 곳을 택했다. 그들의 아지트는 매번...
하늘이 맑았다. 어쩌면 에릭 랜셔가 보아왔던 그 어떤 하늘보다도 아름다운 푸른빛을 띄고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구름 한 점 없이 광활히 펼쳐진 하늘 아래 그가 꿈에서 조차 그리지 못했던 예쁜 정원이 있었다. 잘 가꾸어진 나무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는 그 푸른 정원은 필시 정원사의 애정을 담뿍 받았을 것이 틀림없었다. 근래에 몸을 뉘인 바가 있는 정돈된 잔디들...
- 망금술사 토니가 마스터 셰프에 출연하겠다고 하고 배너가 그걸 말리느라 고생하는 이야기입니다.- 브루스는 눈을 떴다. 부엌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이를테면 프라이팬 밑바닥이 가스레인지 화구에 부딪혀서 달그락거리는 소리라던가, 무언가가 기름 위에서 지글지글 구워지고 있는 소리, 그리고 접시가 와장창 깨지는 소리... 다시 눈을 감는다. 누군가가 명백하...
바람이 찼다. 명대는 몸을 움츠리는 스승의 나신 위로 이불을 끌어다 덮어준다. 잠든 스승의 얼굴에는 드물게 평온이 어려 있다. 그 누가 이 자를 '그' 독벌이라고 생각할까. 명대는 그의 단정한 이마 위로 흐트러진 머리칼을 뒤로 넘기다가 문득 발견한 미간의 주름을 엄지로 문지른다. 명대가 그러하듯 그 또한 군인의 상이 아니다. 군인의 상은 또 따로 있겠냐마는...
머리가 깨질듯이 아팠다. 브루스 배너는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폈다. 황량했다. 바스라져 가루가 된 시멘트 덩어리들과 유리조각들, 그리고 그 형체를 도무지 알아볼 수 없는 살덩이같은 것들이 눈에 보였다. 오, 이럴 수가. 피로함이 몰려왔다. 시커먼 먼지와 진득한 피가 엉겨붙어서 온 몸이 온통 끈적거렸다. 비릿한 쇠냄새가 풍겼다. 적어도 그 것은 브루스의 몸에...
브루스는 최근 부쩍 바빠졌다. 그의 분주함은 그가 최근 얻은 Professor Banner 라는 새로운 칭호에서 기인한 것이었고, 그 것은 그가 은둔자 배너나 도망자 배너일 때보다 몇 배는 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들이 부탁한 많은 일들을 수행해야함을 의미했다. 스타크 타워의 특별 연구원으로 있는 것보다 배는 바쁘고 피로한 일들이었다. 그러나 브루스는 자신에게...
모스크바 거리에는 꽃집이 유난히 많았다. 온실 속에서 자란 것들이었다. 그 순하고 여린 생명은 혹한의 땅에 감히 뿌리내리지 못했다. 그래서 그것들은 바다 건너, 저 멀리 끝이 보이지 않는 국경 너머로부터, 따뜻한 온실의 경호를 받으며 이 북풍의 나라까지 원정을 왔다. 아이러니였다. 브루스는 불 꺼진 쇼윈도우 너머로 화사하게 피어 있는 꽃들을 보며 작게 혀를...
1. 브루스는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12월의 찬 공기가 날카롭게 그의 폐부에 내리 꽂혔다. 자비 없는 겨울바람에 그의 코끝이 벌써부터 시큰해지고 있었다. 그는 주머니 속에 은신하던 맨 손으로 얼얼해진 코를 슬쩍 매만지곤 가볍게 코를 훌쩍였다. 지난 며칠 간 밤을 지새운 까닭에 약하게 감기기운이 있는 것 같았다. 썩 달갑지 않은 불청객이었다. 브루스는 비타...
안녕하세요, 세상의 모든 픽션 속 중년을 사랑하는 털입니다. 좋아하는 것에 대한 다양한 헛소리를 늘어놓습니다. 1D~2.5D를 주로 먹고요, 3D는 브라운관 너머로 투사된 이미지만을 소비합니다.
자유로운 창작이 가능한 기본 포스트
소장본, 굿즈 등 실물 상품을 판매하는 스토어
정기 후원을 시작하시겠습니까?
설정한 기간의 데이터를 파일로 다운로드합니다. 보고서 파일 생성에는 최대 3분이 소요됩니다.
포인트 자동 충전을 해지합니다. 해지하지 않고도 ‘자동 충전 설정 변경하기' 버튼을 눌러 포인트 자동 충전 설정을 변경할 수 있어요. 설정을 변경하고 편리한 자동 충전을 계속 이용해보세요.
중복으로 선택할 수 있어요.